[『이끼』개봉특집] 영화 『이끼』 과연 원작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7월 12일 8시에 용산CVG에서 있었던 『이끼』 시사회를 관람했습니다. 원작 만화의 팬으로서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봤죠. 분석적인 리뷰까지는 (능력상) 무리고, 짧은 감상평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이끼』개봉특집] 윤태호 작가의 과거와 현재 『야후』 vs. 『이끼』보러가기


영화 『이끼』 과연 원작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c) 2010 시네마서비스,렛츠필름 (c) 2010 한국데이타하우스


오랜 시간 관계를 끊고 지냈던 아버지(유목형, 허준호 분)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해국(박해일 분)은 아버지가 살던 마을로 향합니다. 해국은 상을 치른 후 마을에 남고자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죠. 아버지의 죽음에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요? 아버지는, 이장(천용덕, 정재영 분)은, 속을 알 수 없는 여인 영지(유선 분)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c) 2010 시네마서비스,렛츠필름


솔직한 느낌을 말하자면, 영화 『이끼』는 원작 만화 『이끼』를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원작 전체를 감싸는 서늘한 공기는 영화 군데군데 끼어든 코미디에 의해 상당부분 희석되었더군요. 때때로 배경 음악은 과도하게 긴장감을 강요하며, 원작과 다른 결말은 천용덕의 카리스마를 결정적으로 깎아내고 말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 『이끼』가 추천하기 민망할 만큼의 영화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원작을 본 사람이 실망하는 건, 대부분 영화와 원작을 일 대 일로 비교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그런 점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원작 만화를 보지 못하고 영화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영화 『이끼』는 163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을 크게 의식하지 못할 만큼의 긴장도와 재미를 갖추고 있습니다.


(c) 2010 시네마서비스,렛츠필름


또한 2주동안 제주도로 행방불명되었다가 나타나서 찍었다는 덕천(유해진 분)의 절규 씬을 비롯, 많은 장면들을 완성도 높게 만들어준 배우들 – 주/조연을 막론하고 – 의 열연은 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죠. 좀 더 비중이 높아지고 재창조된 영지의 캐릭터도 매력적입니다. 좀 더 영지에게 집중한다면, 결말의 반전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성 캐릭터를 별로 소중하게 다루지(?) 않았던 강우석 감독의 전작과 비교한다면 어느 정도 발전이 있었다고 할까요.

물론 의견은 분분합니다. ‘둘 중의 하나만 고르라면 원작만화만 보라, 영화를 보는 것은 원작을 보는 재미를 빼았는다‘라거나, ‘한 편의 대중영화로서 어느 정도 불가피하면서도 좀 더 효율적인 선택’이라거나. 이런 논란들은 훌륭한 원작을 가진 2차 창작물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겠죠. 결국 선택의 관객의 몫이라는 무책임한 말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겠군요.


[부록] 영화와 원작만화의 결말, 무엇이 다른가?


이 부분은 절대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셨거나 안 보실 분만 클릭해 주셔요.

『이끼』 결말은? »


원작 만화는 궁극적으로, 죽은 유목형과 산 천용덕의 대결입니다. 내내 죽을 고생을 하며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던 해국은 장기말이었다고나 할까요. 해국을 마을로 부른 것은 천용덕입니다. 제어 가능하며, 죽은 유목형의 역할을 대신할 존재가 필요했던 거죠. 그러나 해국이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천용덕을 파멸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것은 이미 유목형의 계산에 있었습니다. 천용덕이 해국을 마을로 부른 이유와, 죽기 전에 이미 유목형이 해국의 역할을 결정해 두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마지막회가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c) 2010 한국데이타하우스


그러나 영화는 이 모든 그림을 그린 것이 ‘영지’임을 암시합니다. 모든 것이 마무리되고 해국은 마을을 다시 찾죠. 그 곳에서 영지의 미묘한 미소와, 마을로 자신을 부른 것이 영지임을 떠올린 해국의 놀란 표정이 교차되면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원작에 비해 영지의 캐릭터가 좀 더 부각이 되었기 때문에, 이런 결말이 크게 무리수는 아니라고 봐요. 하지만, 원작 팬의 입장에서는, 인간의 정점이 되고자 했던 천용덕의 카리스마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는 결말이라 무척 아쉽긴 했습니다.


(c) 2010 시네마서비스,렛츠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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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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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Responses

  1. 도아 댓글:

    트랙백을 보내려고 했지만 보낼 수 없다는 메시지만 떠서 손 트랙백 남깁니다.

    http://offree.net/entry/Movie-Moss-Review

    • 뗏목지기™ 댓글:

      앗, 이제 댓글을 봤네요.
      추석 연휴간 블로그를 방치했더니. ㅠㅠ
      트랙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를 살펴봐야겠네요.
      어쨌든 손 트랙백이라도 남겨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2. 윤뽀 댓글:

    뭐든지 원작이 제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원작의 감동에 영화건 드라마건 연극이건 보게 되더라구요
    이끼도 그런 의미에서 저 볼것같아요 -.-

    • 뗏목지기™ 댓글:

      개인적으로 원작보다 더 나았던 건 일본만화 원작의 ‘올드보이’ 정도랄까요.
      좀 오래된 영화지만 허영만 원작의 ‘비트’도 빼놓을 수 없겠구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영화 ‘이끼’는 재미있게 볼만한 괜찮은 상업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남친 분이랑 다정하게 보셔요. ㅎㅎ ^^

  1. 2010-07-14

    <블로그새글> 영화 『이끼』 과연 원작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http://raftwood.net/blog/1732

  2. 2010-07-14

    <블로그새글> 영화 『이끼』 과연 원작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http://raftwood.net/blog/1732 #comicsdang

  3. 201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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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7월 13일. 강우석 감독의 [이끼] 시사회가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렸다. [인셉션], [솔트] 등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맞대결을 펼칠 한국영화로서 인기 웹툰을 소재로 한 [이끼]의 완성도에 대해 궁금해 하실 분도 많겠지만 이는 추후 올라갈 정식 리뷰에서 다루기로 하자. 오늘은 이날 시사회장에서 있었던 GV(관객과의 대화) 현장 스케치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겠다. 언제봐도 사람이 붐비는 메가박스 코엑스점의 모습. [이끼]의 개봉에 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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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10-07-16

    이끼moss, 2010 _비평 (심각한 스포일러 경고)…

    (심각한 스포일러 경고, 더불어 쓰지 않으면 평론을 제대로 완결할 수가 없다) 이 영화는 스릴러물임에도, 스포일러 유출이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원작 웹툰 자체가 이미 거대한 스포일러이기 때문이다. 어쨋든 스포일러성이 강한 몇몇 문장은 흐린 회색 처리(나중에 복구 예정) 하였다. 영화 독특하고 전율적인 스릴러, 그러나 다소 이끼가 낀 감독 강우석은 다시 한번, 한국 영화의 여전한 주류 트렌디 요소인 ‘비주얼’ 보다는 ‘내러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