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 집 스마트 홈의 중심은 구글 홈이었다. 엘지(LG) 가전이 많다 보니 ThinQ 앱에 등록하고 구글 홈과 연동하면 ‘오케이 구글’ 한마디로 제품을 제어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여기에 Orvibo 호환 스마트 콘센트까지 곁들여 대략의 구색을 갖춘 홈 IoT 환경을 만들었다.
그런데 애플의 ‘홈(Home)’ 앱은 Homekit 인증을 받거나 최신 Matter 표준을 지원하지 않는 기기는 철저히 외면한다. 내가 가진 구형 엘지 가전이나 연식이 된 Orvibo 디바이스들이 그런 케이스였다. 얘네들을 애플 홈 UI에서 보고 Siri로 제어하고 싶어서 이거저것 찾아보다 ‘홈브릿지(Homebridge)’를 알게 되었다.
보통은 라즈베리파이에 홈브릿지 서버를 올리지만, 내가 쓰는 시놀로지(Synology) NAS에도 구성이 가능하다.
1. 시놀로지 NAS에 홈브릿지 설치하기
시놀로지에서 홈브릿지를 구동하는 가장 깔끔한 방법은 Container Manager(구 Docker)를 이용하는 것이다.
- 패키지 설치: 시놀로지 패키지 센터에서 ‘Container Manager’를 설치한다.
- 이미지 다운로드: 레지스트리 탭에서
homebridge를 검색한다. 가장 범용적인oznu/homebridge이미지를 선택해 다운로드한다. - 컨테이너 설정:
- 네트워크: ‘호스트(Host)’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홈브릿지가 네트워크상의 기기들을 원활하게 스캔할 수 있다.
- 권한: 높은 권한을 부여하고 실행한다.
- 구동: 컨테이너 생성이 완료되면 나스 IP의 8581 포트(예:
192.168.0.10:8581)로 접속한다. 이제 홈브릿지 관리 화면이 반겨줄 것이다.
2. LG ThinQ 플러그인 연동과 우여곡절
홈브릿지 자체는 깡통이다. 여기에 필요한 기능을 ‘플러그인’ 형태로 설치해야 한다.
- 플러그인 검색:
homebridge-lg-thinq를 검색해 설치한다. - 인증 과정: 이 부분이 가장 까다롭다. 예전처럼 단순 아이디/패스워드 방식이 아니라, 별도의 인증 토큰이나 브라우저를 통한 로그인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가이드에 따라 로그인을 마치면 드디어 엘지 가전들이 홈브릿지에 잡히기 시작한다.
사실 Orvibo 스마트 콘센트도 연동해 보려 시도했다. 하지만 플러그인이 너무 오래되어 설치 과정에서 계속 에러가 났다. 기술적인 삽질을 더 할 수도 있었겠지만, 정신 건강을 위해 포기했다. 오래된 비표준 기기를 억지로 끌고 가기보다는 조만간 Matter를 지원하는 이케아(IKEA) 제품으로 교체하는 게 좋겠다는 사심 섞인 결론을 내렸다.
3. 실제 사용 후기: 편리함과 한계 사이
우여곡절 끝에 아이폰 ‘홈’ 앱에 엘지 가전들이 떴다. 그런데 실제 사용해 보니 예상치 못한 포인트들이 있었다.
일단 당황스러운 건 UI의 파편화다. 예를 들어 냉장고를 등록하면 애플 홈에서는 ‘냉장고’라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신 냉장실 온도 / 냉동실 온도 / 도어 센서 이렇게 세 개의 액세서리로 쪼개져서 나타난다.
ThinQ 앱에서는 제품 단위로 묶어서 예쁘게 보여주지만, 홈킷 표준에서는 각 기능을 개별 센서나 스위치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시각적으로 좀 지저분해 보이고 제어 동선도 길어지는 감이 있다. “우와, 다 뜬다!”라는 만족감은 잠시, 실제 제어의 편의성은 ThinQ 앱이 훨씬 낫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4. 결론: 결국은 ‘자기만족’을 위한 여정
이번 홈브릿지 구축은 사실상 ‘홈킷’이라는 깔끔한 울타리 안에 내 구형 가전들을 억지로 밀어 넣는 과정이었다. 냉장고 하나가 세 개로 쪼개져 보이는 등 완벽한 연동이라고 하기엔 UI가 조금 어색하지만, 그래도 아이폰 제어 센터를 내렸을 때 우리 집 가전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그 순간의 정돈된 느낌은 확실히 보상이 된다.
Siri로 제어하는 단계까지는 아직 가보지 않았고, 단순히 애플 홈 앱 내에서 구형 가전들이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성공이라 본다. 물론 앞으로는 이런 번거로운 과정 없이도 바로 연결되는 Matter 지원 기기들로 채워나가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그때까지 시놀로지 나스는 이 낡고 소중한(?) 가전들의 훌륭한 통역사가 되어줄 것 같다.
나처럼 ‘앱 하나로 통일하고 싶은’ 결벽증 섞인 로망이 있는 분들이라면, 시놀로지 나스 구석에서 잠자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