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 2002년 대선 전야의 기억

이제 몇 분 안 남았다. 공부가 부족하여 투표 당일에 선거 이야기 자체를 하면 안 되는 건지, 특정 후보에 대한 얘기를 하면 안 되는 건지 잘 모르겠고, 지금 쓰는 글이 선거 얘기가 될지 후보 얘기가 될지조차 알 수 없어서 지금 쓴다.


2002년 대선 전야의 기억


2002년 대선 전날 밤은 폭풍같았다. 단일화가 깨지고 그 사실이 1면에 실린 보수신문이 대량으로 아파트 단지 등에 배포되고 있었다. 집 근처 몇몇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신문 뭉치들을 발견하고 신고하고, 신문 뭉치 말고 그 뭉치를 뿌리고 다니는 놈들을 잡겠다며 해가 뜰 때까지 온 동네를 누볐다. 절실함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승리였다. 그 승리가 오래 가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희망까지 버리진 않았다. 희망을 버리면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길 힘조차 없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에.

그 후 8년간 별별 일이 다 있었고(개인적으로는 정치적 스탠스도 많이 바뀌었고), 또 2년간 별별 일이 다 있었고, 선거기간 동안 또 별별 일이 다 있었다. 선거기간 동안 내가 꿈꾸는 것을 위해 온전히 다 바쳐 최선을 다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도 오늘 밤은, 2002년 그 날의 무언가 묘한 느낌이 다시 살아오는 밤이다. 오래된 기억 속 절박하지만 절망하지 않았던 심장소리가 다시 들려오는 밤이다.

(많이는 못해도) 나는 그저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한다. 그날의 바람이 다시 불길 바라면서. 뭔가 정말 기분이 이상한 밤이다.


제 글이 유용하셨다면 아래 손가락 모양을 꾸욱~ 눌러주세요.

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View Comments (2)

  • 폭풍까지 몰아친듯 해보이진 않지만
    민심의 향배가 뭘 말하는지 전달이 충분히 된 한판 승부였던것 같아요~!

    • 네 이번에는 폭풍까지는 아니었던 듯 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만, 작은 바람이라도 꾸준하게 불어만 준다면 변화는 계속해서 이루어지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