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 『검찰관 기소가와』 CCTV에 얽힌 의혹

음, 타임캡슐은 제가 여기 저기에 올렸던 만화 관련 글을 모으는 곳. 예전에 썼던 글들이라 지금에 와서는 유효하지 않은 정보들도 있고, 손발이 오글거리는 내용들도 많음. 하지만 백업의 의미로 거의 수정 없이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작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맞춤법만 수정) 올림.


[타임캡슐] 『검찰관 기소가와』 CCTV에 얽힌 의혹
Atsumu Suzuki 글,그림 | 세주문화 | 200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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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9.5 재건축대책’에 힘입어 강남의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사실 그것도 재건축예정 아파트들의 가격 얘기고 여전히 강남은 ‘비싼 동네’이다. 그리고, ‘강남에 산다’는 것은 그 말의 내부 사정이 무엇이든간에 상관없이 ‘꽤 사나 보네’하는 이미지를 주며, 강남에 있는 회사에 다닌다는 것은 그 회사의 실제 사정과는 상관없이 ‘잘 나가는 회사 다니나 보네’하는 이미지를 준다.

어차피 난 강남에 사는 것도 아니고 강남에 집 사둔 것도 없으니 그 동네 집값이 떨어지던지 말던지 상관은 없지만, 그런 기사들을 보면서 한두 달 전에 논란이 되었었던 강남의 CCTV 설치에 관한 논란들이 떠올랐다. 범죄예방효과와 인권침해의 논란 속에서 더 웃겼던 것은 강남과 광진구의 범죄예방대책에 관한 비교기사였는데, 강남은 대당 일천오백만 원 상당의 방범용 CCTV 카메라를, 광진은 대당 일만 원 대의 방범용 무선비상벨을 설치할 계획이라는 내용이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고, 기억이 거기에 미치다 보니 얼마 전에 본 ‘검찰관 기소가와’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어느 한 도시의 뒷골목에서 불미한 사건들이 자꾸 생기고, 한 경찰의 건의로 CCTV를 시범 설치하여 범인을 잡게 되었다. 그것을 계기로 그 도시 전체에 CCTV를 설치할 계획이 잡히게 되는데, 범인을 취조하면서 기소가와는 무엇인가 미묘한 의혹을 느끼게 된다는 내용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그 범인은 그 경찰관의 사주를 받고 그곳에서 계속 사건을 저질렀었고, 이것은 CCTV 납품 업체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던 그 경찰관과 전직 경찰 모임의 음모였다라는 것이다.

강남의 경우 340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인데, 카메라 가격만 전체 51억 여 원에 이르고, 여기에 관리 시스템과 관리 비용 등을 합하면 엄청난 규모의 사업이다. 하필 그 시기에 이 작품을 보는 덕에 오버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이라면 진행 과정에서 납품 업체 선정 등에 있어서 완전히 의혹을 받지 않기는 어려울 듯 하다. (이러다 고소당할라. ㅡㅡ;)

개인적으로는 금액도 금액이지만, 경찰 인력의 강화라던가 그 외의 범죄 예방 조치 등에 고려 없이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범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 자체는 그다지 탐탁치가 않다. 조지 오웰의 ‘1984년’이라던가, 토니 스콧 감독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라는 영화에서처럼 권력 기관이 어디선가 우리를 지켜볼 것이다라는 느낌 자체가 거북스러울 뿐더러, 강남 외에서도 우리 나라 어딘가에서는 늘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건 또 어쩔거냐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여간에 강남이랑 별로 인연이 없는 내 입장에서는 CCTV도 다 때려치우고, 강남 집값은 계속 떨어져버려라 하고 기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심술인 건지. ^^;)

아, 참, ‘검찰관 기소가와’는 5권으로 완결되었고, CCTV 관련 에피소드 뿐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부조리한 사건,사고들에 대해 굳은 신념으로 풀어가려고 하는 검찰관 기소가와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다.

* * *

끝이냐고? 이거 만화글 맞냐고? 걍 도망간다. 돌 던지시라. 크크크~

아, 그리고 중간중간 사컷만화로 들어가 있는 ‘동물 검찰관 기소가와 아님’도 재미가 쏠쏠하다. 진짜로 휘리릭~~

Written by 뗏목지기 (2003. 9. 10)


덧붙임 (2005. 04. 08)

어쨌든 강남 여기저기에 CCTV는 많이 설치가 된 모양입니다. 서울의 구 중에서 지하철역이 가장 많은 구가 강남구라는군요. 20갠가 30갠가. 제일 적은 구는 2개밖에 없는 곳도 있답니다.

점점 그들만의 공화국이 되어가는 건지. 1년 반 전에 쓴 글인데도 실감이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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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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