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화방을 고르는 기준

 

아이즈에 실린 “70년대 생 만화 팬이 홍대에 만화방을 차릴 때”라는 기사다. 만화방을 차리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가졌던 내 장래(?) 희망 중 하나기도 해서 자연스레 마우스 커서가 움직였다.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 일일 만화나 “남편이 선호하지 않는 하드 코어한 야오이”는 들여놓지 않으려 하고, 대신 그래픽 노블이나 인기 만화의 애장판들을 구비해 놓았다. 책 분류는 가나다순이 아니라 작가별로 분류돼 있고, “만화책은 표지가 참 예쁜데, 책등만 보이는 게 너무 아까웠다”는 이유로 만화방 한 쪽에 책을 전시하듯 표지가 보이도록 꽂아 놓는 공간도 있다. 명함에 자신을 사장이 아닌 즐거운 작당의 당주라 표현할 만큼 확실한 취향이 있는 만화 팬이 자신이 꿈꾸던 만화방을 만든 것이다.

만화카페 '즐거운 작당' (2014년 7월 18일 촬영)

만화카페 ‘즐거운 작당’ (2014년 7월 18일 촬영)

나는 만화방을 좋아한다. 이사를 하거나 심지어는 이직을 해도 동선상에 만화방이 있는지를 먼저 살핀다. 주변에 새로 만화방이 생기면 한 번은 가본다. 약속이나 일 때문에 처음 가보는 동네에서도 만화방을 저절로 스캔한다. ^^;; 한글을 떼자마자 집 근처 만화방을 다니기 시작했으니 만화방 손님 경력이 무려 OO년. 물론 만화는 사서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만화방은 내겐 나름의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

사실 ‘만화를 좋아한다’는 것은 단일한 취향이 아니다. 그 안에는 또 무수히 많은 스펙트럼이 있다. 내 경우는 ‘일본 단행본 만화’가 주된 관심사(였)다. 일간 만화는 안 보고, 그래픽 노블은 약간 거리가 있고, 애니메이션은 거의 보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만화방을 고르는 데도 이런 취향이 반영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내 기준은 이랬다.

  • 단행본 신간이 제때 들어와 있는 곳
  • 단행본 신간을 한 곳에 모아 두는 곳
  • 날짜별로 들어온 신간 목록을 잘 정리해 게시하거나 적어두는 곳
  • 만화 잡지를 들여놓는 곳 (잡지는 갖추지 않는 곳이 있다.)
  • 원하는 책을 잘 찾아주는 곳
  • 의자가 편안한 곳
  • 라면을 맛있게 끓여주는 곳
  • 맛있는 짜장면을 배달시켜 주는 곳
  • 흡연하기 좋은 곳 (지금은 금연해서 상관없지만.)

처음부터 이런 기준이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어떤 만화방을 한두 번 가보고 이제 안 가야지 했을 때,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저 중 하나였다. 지금 단골로 가는 만화방은 딱 위 기준에 맞다. 어딘지는 일단 비밀. ^^

다시 앞서 소개한 기사로 돌아가면, 부럽다. 취미나 취향을 사업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다. 물론 ‘즐거운 작당’은 내 취향과는 많이 다르다. 그러니 만약 내가 만화방을 차린다면 아주 다른 모습이겠지.

그런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전에는 일단 만화방 리뷰라도 연재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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