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빙자 페이스북 계정과 그 추종자들에 관한 잡상

 

아주 재미있는 페이스북 글을 읽고 공유했다. 요약하자면 미모의 여성 사진을 내건 페이스북 계정들이 서로 언니 동생하며 지내면서 남성 추종자들을 몰고 다녔는데 알고 보니 사칭 계정이더라는 얘기다. 게다가 그 계정들의 목적은 종교 전도…

<매력적인 가상의 어카운트들을 만들어 추종자들을 통해 그분의 말씀을 전한다> 라는 그 방법론에는 딱히 별 생각이 없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음으로’ 존재하게 만들어 섬겨버리는 당신들 종교에 썩 잘 어울리는 방식인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이쁜 교회 누나, 잘생긴 교회 오빠 보러 온 애들 세뇌시켜 신도 만드는 흔한 교회 영업방식의 좀 이상한 변형이라고 이해하면 되니까요.

저는 그냥 이런 여왕님을 추종합니다. (...)

저는 이런 여왕님을 추종하긴 합니다. (…)

이 글을 읽고 나니 오래전 대학 시절 생각이 났다. 처음 입학한 대학 학과는 한 학년이 400명이나 되었다. 그런데 그 중 여학생은 10명 미만이었다.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조짐이 보이긴 했는데, 몇달 지나고 나니 여학생 개개인을 중심으로 그룹이 생기더라. 즉, 여학생 1명과 남학생 여러명이 속한 그룹이 여학생 수만큼 생긴 거다.

특히 개중 나름 미모인 여학생 그룹에 속한 남학생들 사이에는 늘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다. 밥 먹을 때나 스터디할 때 어떤 자리에 앉느냐부터… 나도 처음엔 그런 그룹 하나에 속해 있었다. 고등학교 때도 연합 동아리 활동 때문에 여자(!)를 접할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남자 중학교 – 남자 고등학교 테크 트리를 타다보니 자연스럽게 끼어들게 되었던 것 같다.(당시 내가 살던 지역에는 남녀 공학이 없었음.)

그러다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 또다른 학외 활동에 바쁘기도 해서 결국은 떨어져 나왔는데 밖에서 보니까 그 모양새가 더 우스워 보였다. 아마 나도 저 안에 있을 때는 남들한테 그렇게 보였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인지 피씨 통신 시절부터 소셜 미디어 시대인 지금까지도, 소위 남성 추종자들이 많은 여성분들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페북을 예로 들면, 멀리한다고 해서 친구 신청이나 팔로잉까지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지는 않는 편이다. 하지만 그런 분들의 글 댓글에서 여타 남성들의 추종성 멘트를 볼 때마다 위에 썼던 대학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비웃기도 좋고(음?) 재미지긴 하더라.

물론 나는 그런 추종자들을 몰고 다니는 여성들이 문제라거나(앞서 얘기한 사칭의 경우는 다른 얘기지만) 그런 여성들을 따르는 남성들이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마다 다 살아가는(?) 방법은 다 다른 것이고, 온라인 자아와 오프라인 자아가 다른 경우가 분명히 있으며 그것 자체도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나만  해도 온라인 자아와 오프라인 자아는 어느 정도 구분이 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누르고 댓글 다는 여성분들의 미모가 아니라거나 그 분들이 인기가 없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마무리에서 살짝 수렁에 빠진 느낌이 들지만 여기까지. ;;

* 이 글과 관련해 트윗에서 이진혁 님과 대화를 나눈 후 이진혁 님이 블로그에 올린 글. “여자가 많은 조직에서 남자로 살아갈 때의 단점”. 고등학교부터 현 회사까지 다 여자가 더 많으셨다고. 흥핏쳇.

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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