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초의 인터뷰

얼마 전에 슬로우뉴스에 올린 “이 대위와 상관모욕죄: 군인은 대통령 욕하면 안 되나”는 정말 어렵게 쓴 기사였다.

슬로우뉴스 기사에 실었던 이 대위의 트윗들 사진

생전 처음 해보는 인터뷰인데도 준비에 소홀했던 것이 가장 큰 잘못이었다. 인터뷰이의 답변에 따라 적절한 질문을 추가하고 완급을 조절하면서 좋은 답변을 끌어내고 흐름을 만들어가야 했는데 몇 가지 질문만 만들어 간 상태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그런 능력이 없으면 준비라도 충실히 했어야 했는데. 그렇다 보니 인터뷰를 하면서 노트북에 내용을 입력하는 건 완전히 무리였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입력은 포기한 후 녹음에 모든 것을 맡기고 어찌어찌 인터뷰를 끝냈다.

그 다음은 녹음한 내용의 녹취록을 만들고 그것을 기사로 써야 하는데 이게 또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한 시간 반 정도 분량을 녹취하는 데만 거의 녹음 시간의 열 배는 썼던 듯 하다. 처음 몇 분 분량을 입력하고 나니 질려서 도저히 계속할 수가 없었고, 그렇게 완전히 손을 놔 버린 상태로 두 달을 보냈다. 직장에서 많이 바빠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게으름 탓이었던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어떻게든 마무리를 하려고 다시 손을 대서 녹음한 내용을 듣는데 너무 부끄러운 점이 많았다. 아, 내가 왜 이 때 이 질문을 안 했지? 이 부분은 이해를 잘 못했는데 다시 안 묻고 넘어가 버렸구나. 내가 도대체 무슨 질문을 한 거야, 말이냐 막걸리냐. 뗏목지기 너 어색하게 서울말 흉내내는 사투리 쩌는구나.(응?) 으, 그냥 이 기사 접을까… 등등.

어쨌든 녹취록을 완성하고 그것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흐름을 정리하고 적절한 분량으로 만들고 나서 후속 취재를 덧붙였다. 사실 후속 취재랄 것도 없는 것이, 이 사건을 가장 지속적으로 다뤄온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정리한 것에 불과했다. 마음 속에 빨리 이걸 기사로 털어버려야지 하는 생각이 너무 앞서서, 이재정 변호사를 다시 만나거나 통화해서 좀 더 새로운 사실을 싣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이 아쉬움은 앞으로 이 건에 대해서는 계속 관심을 가지고 다루면서 풀어야겠지. 그러나 과연…

아무튼 마지막으로 아주 오랫만에 연락해서 뜬금없이 인터뷰를 부탁했는데 선뜻 응해준 이재정 변호사에게 감사하고, 좀 더 좋은 기사로 만들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한 슬로우뉴스에 고품격 인터뷰를 계속 싣고 있는 위대한 리수령에게 존경을 전한다. (이번 기사 쓰면서 절실하게  느꼈음. 그러니 노하우 좀 굽신굽신)

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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