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 『마스터 키튼』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감춘 영웅

잠정적으로 금요일은 타임캡슐의 날입니다. (타임캡슐이란, 클릭) 어쩐 일인지 계속해서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이 나오는군요. 개인적으로 나오키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감춘 영웅(?)의 이야기, 『마스터 키튼』입니다.


[타임캡슐] 『마스터 키튼』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감춘 영웅

timecapsule


흠… 영문 제목을 올리려고 했더니 키튼의 철자가… -_-;;

맥가이버란 텔레비전 시리즈물을 기억하십니까? 이제 맥가이버 칼로 통하는 스위스제 다용도 칼 하나와 머리만 가지고 모든 일을 해결하는 평범해 보이는 비범함. 그 유명한 주제가와 한 때 유행했던 옆머리를 바싹 치고 앞뒤 머리를 기른 맥가이버 헤어 스타일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 인물입니다.

DJ DOC가 부른 ‘슈퍼맨의 비애’가 생각납니다. 아내에게는 낮에는 돈 잘 벌고 밤에는 힘 잘 쓰는 남편. ^^;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식에겐 자상한 아버지, 직장에선 능력 있는 사원의 역할을 모두 해내야 하는 한국남성의 비애가 아닐까 합니다. 흔하게 직장 여성에게 나타나는 슈퍼우먼 콤플렉스까지… 모든 사람에게는 완벽해지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짜 슈퍼맨은 우리에게 너무나 멀고 – 그래서 사람들은 평범한 외모 속에 빛나는 비범함을 갖춘 영웅에게 열광하는 지도 모릅니다. 앞서 시마 과장의 예에서도 들었듯이 말입니다.

키튼은 일본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영국계 일본인으로, 보험 분쟁의 조사를 맡는 보험 조사원입니다. 하지만 그는 영국의 옥스퍼드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고고학을 전공하고 영국 특수부대에 복무한 적이 있는 어딘가 평범하지만은 않은 인물입니다. 그는 이 두 가지 – 고고학과 특수부대 경력을 바탕으로 마주치는 많은 사건들을 해결해 나갑니다.

하지만 그는 아내와는 별거하고 고교생인 딸에게는 늘 핀잔만 듣는 그런 인물입니다. 그가 명쾌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에피소드와 별거중인 아내, 사춘기를 맞은 딸의 문제로 고민하는 그런 류의 에피소드들이 잘 어우러지면서 한 편 한 편 보는 즐거움을 주는 작품입니다.

키튼이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해서 람보류의 영화처럼 자기는 절대 총을 안 맞으면서 쐈다 하면 적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지는 그런 액션 신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총을 맞기도 하고 적에게 쥐어 터지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고고학과 군대에서 배운 지식들을 활용해서 결정적인 순간에 역전을 시키는 그런 후련함을 주고 있지요.

특히 고고학과 군대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독자들의 상식을 넓혀 주기도 합니다. 물론 스토리 작가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나오키 특유의 섬세한 묘사가 볼거리이지요. 나오키는 모든 배경과 등장하는 소품들에 대해 철저한 취재와 고증을 거치기로 유명한 작가이니까요.

지금도 기억나는 에피소드 하나는… 키튼이 악당과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총을 든 악당에게 위협을 당하는데, 악당의 총은 총신이 굽어 버렸습니다. 그 때 키튼의 한마디. ‘총신이 굽어 있지? 그 총을 쐈다간 총신이 폭발하면서 손목의 반은 날아가 버릴거야. 영화 같은 데서 많이 봤을 텐데'(정확하지는 않습니다. ^^;) 악당이 머뭇거리는 사이에 키튼의 멋진 역전극 – 그러나 마지막에 키튼이 말합니다. ‘총신이 굽어 있다고 해서 총이 안 나가진 않아. 영화에서 그렇게 묘사하는 건 뭘 모르고 하는 소리지.’ 그리고 부연설명 – 실제 2차 대전 때 참호 안에서 총신이 굽은 총으로 상대와 대적한 부대가 있었다 – 라는.

또한 키튼의 매력은 함부로 인간을 선악으로 나누지 않는 데 있습니다. 모든 악당들은 가정과 사회와 그리고 전쟁에서 상처받은 영혼들입니다. 고고학과 전쟁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키튼은 그렇게 얘기하고 있는 듯 합니다. 전쟁은 인간을 악마로 만든다고.

서울문화사에서 계속 발간하고 있으며, 최근에 보질 못해서 몇 권까지 나왔는지는 모르겠네요. 감히 나오키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씀 드리며 강력히 추천합니다. 딴 글보다 좀 길어진 걸 보면 아시겠지요? 별 다섯 개~ ^^

Written by 뗏목지기

(2000-11-27)


  • 본문에는 서울문화사라고 되어 있었지만, 사실은 대원CI 발간입니다. (이 당시의 글은 이런 오류가 많네요. 군대 내에서 기억에만 의존해 글을 쓰다 보니…)
  • 일본에서는 절판 후 기출판본마저 절판되었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요? 상세한 내용은 엔젤하이로 위키를 참조하세요.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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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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