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었나. 『소셜네트워크』

현실 세계에서 소셜 네트워킹에 실패한 남자가 만든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 ‘페이스북’. 참으로 아이러니한 이야기를 멋지게 만들어낸 데이빗 핀처 감독에게 찬사를. 많이 늦었지만 영화 『소셜네트워크』 감상입니다.


역시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었나. 『소셜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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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은 주인공인 마크 주크버그와 여자 친구와의 대화로 시작합니다. 결과는 실연. 누가 봐도 차이는 게 당연한 상황일 정도로 마크는 찌질한 인물이죠. 하지만 그 실연이 오기를 만든 것일까요. 마크는 그 새벽에 하버드 대학 기숙사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하여 여학생들의 사진을 모아 ‘hot or not’을 평가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버립니다. 결과는 대히트. 접속자의 폭주와 함께 그의 악명이 펼쳐지면서 페이스북의 성공 신화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2시간의 러닝 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네요. 『세븐』, 『패닉 룸』의 데이빗 핀처 감독의 작품이니만큼 현역 CEO의 단순한 성공 스토리는 아닐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의 성공 과정에서 제기된 아이디어 도용 의혹과 관련된 소송, 배신과 음모 등을 밀도있게 다루더군요.

어쨌든 이 영화를 보면서 대박 신화의 힌트를 얻는다거나, 우리나라와 미국 벤처 캐피탈의 차이라던가, IT업계의 환경 따위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현실에서 소셜 네트워킹에 실패한 주인공이 세계적인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를 만들어 성공하는 역설에 대한 영화니까요. 물론 현실의 찌질이가 네트워크 세계의 키보드 워리어 용자가 되느냐, 대박 회사의 CEO가 되느냐는 천지 차이겠지만요.

스토리 대로라면 아이디어 도용에 절친한 친구에 대한 배신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갑부가 된 마크 주크버그는 나쁜 놈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승리한 자가 강한 자이며 세상이란 원래 이런 것이라는 명제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남깁니다. 원본 포스터의 “적을 만들지 않고서는 5억 명의 친구를 얻을 수 없다”가 바로 이런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국내 포스터의 저 허접한 문구는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건지.) 물론 세계적인 갑부 CEO에 관련된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이 (감독의 역량이기도 하지만) 미국 사회의 긍정적인 일면을 보여준다는 느낌도 들더군요. 말하자면 과연 우리나라에서 삼성가 이재용의 주식 편법증여 의혹을 다룬 영화를 만든다는 게 가능이나 하겠냐는 말이죠.

아무튼 영화 『소셜네트워크』 여러가지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입니다. 어차피 영화는 마크가 정말 의도적으로 페이스북의 아이디를 도용했는지, 계획적으로 친구를 배신했는지, 마크는 소셜 네트워크 세계의 진정한 승자인지 등에 대한 해답은 주지 않으니까요. 다만 과거와 현실의 밀도 있는 교차 편집,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 데이빗 핀처 감독의 승리라는 것만은 분명한 듯 합니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잡다한 생각들

  • 초반 마크가 하버드 대 기숙사 홈페이지를 해킹하는 장면은 굉장히 흥미진진했습니다. 그러나 그놈의 번역이 영 허술합니다. DVD나 블루레이 출시 시 업계 관계자용 자막 버전을 공개하라! 공개하라!
  • 영화 전반에 걸쳐서 ‘coding’을 ‘코드를 작성한다’로 번역한 게 계속 거슬리더군요. 보통은 그냥 ‘코딩한다’고 한다구요.
  • 냅스터 창업자 숀 파커 역의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정말 제대로 된 캐스팅이더군요. 사실 그의 노래를 잘 알지는 못하는 지라, 저에게는 배우 저스틴 팀버레이크로 남을 듯 합니다.
  • 국내 포스터 문구는 정말 안습.
    5억 명의 온라인 친구 -> 적을 만들었다는 게 중요하다구요.
    전세계 최연소 억만장자 ->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버드 천재가 창조한 소셜 네트워크 혁명 -> 그런 내용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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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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