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써도 안 때린다는데

 

[글 써도 안 때린다는데] (2007-07-17)

 

때려도 못쓰겠다. 정말로.

요즘은 정말로 글쓰기가 너무 힘들다. 다이어트보다 힘들고, 담배끊기보다 힘들다 싶을 정도로.

하나는,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이 남한테 드러내기 힘든 사적인 영역으로 치우쳐져 버렸다는 것인데, 결혼생활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과,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이 있지만 그걸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이게 어떤 팩트(fact)에 대해 숨기고 싶은 느낌인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던 감정에 대해 숨기고 싶은 느낌인지는 분명하지 않은데, 단순하게 말하자면 스크랩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하면 딱 맞을 것 같다. 스크랩 금지 같은 스킬도 별로 중요하지 않고(인터넷에는 무수히 많은 화면캡쳐들이 돌아다니니까) 여튼 무엇을 써도 누군가 한 명 이상은 이걸 읽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글이라면 쓸수가 없어진다.

사실은 쓰고 싶어, 쓰고 싶어 하면서도 1) 누군가(회사? 집?)에게 피해를 줄지도 몰라 2) 쪽팔려 하고 말아 버린다는.

그렇다고 해서 집과 회사 외의 공간(출근길이라던가 아주 드물과 집,회사 외에 혼자 있는 공간 등)에서 뭔가 얘깃거리가 될만큼 다이나믹한 에피소드들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누구처럼 인생이 시트콤이라면 몰라도.

둘째는, 인생이 밴댕이 소갈딱지가 되어 버려서인데, 폼나는 글을 쓸만큼 능력도 없고, 없는 능력 때울만큼 투자할 시간도 없어져버려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도 감히 손도 못대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몇시간에 걸쳐서 정치 게시판의 글을 읽고 반박과 동의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자료를 뒤져대고 몇번이나 퇴고를 하고 확인 버튼을 눌렀었고, 관심 있는 만화로 글 하나 올려보자고 밤 세워서 전권을 정독하고 그 작가의 다른 작품과 연관 있는 다른 작품까지 찾아 보고 관련된 자료를 찾고, 적당한 이미지를 캡쳐하거나 찾아서 덧붙여 글을 완성했었는데.

사실 그 시절의 많은 글들은 나로서는(누구나 그렇겠지만) 자존심이 만들어낸 결과였고, 뚝딱뚝딱 열라 폼나는 글들을 써제끼는(내 느낌에) 타인의 필력에 대한 열등감의 소산이었다.

그 알량한 자존심과 열등감은, 이제 없는 시간을 쪼개서 내가 납득할 수 없는 글을 쓰기보다는 포기하게 만들고 글쓰기를 내 삶에서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게다가 적당히 가볍게 글을 써볼라 쳐도 다들 어찌나 까칠하신지. (분위기에 눌린다, 눌려)

오늘은 철야근무하면서 Vod 한 편 때리고, 무료 웹만화들 정독 한 번 하신 다음에야 이걸 쓰고 있는데… 철야 아니었음 절대 이런 내용없는 긴 글 올릴 일 없었겠지.

말하자면 ‘내가 글쓰기를 힘겨워하게 된 이유’  정도일텐데, 분석이 끝났으면 실천이 되야되는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여튼 삶은 기니까(앞날은 알 수 없기도 하지만) 뭔 수를 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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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