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 『타로』 직장과 복싱, 두마리 토끼 잡기

음, 타임캡슐은 제가 여기 저기에 올렸던 만화 관련 글을 모으는 곳. 예전에 썼던 글들이라 지금에 와서는 유효하지 않은 정보들도 있고, 손발이 오글거리는 내용들도 많음. 하지만 백업의 의미로 거의 수정 없이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작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맞춤법만 수정) 올림.

[타임캡슐] 『타로』 직장과 복싱, 두마리 토끼 잡기
호소노 후지히코 / 학산 / 현재 15권까지 발간

(c) 2002 (주)학산문화사


『스프리건』(료이지 미나가와 / 대원)이란 작품을 요즘 다시 보고 있다. 신비한 능력을 가진 고대 유적들이 악한 일에 쓰여지지 않게 봉인하는 조직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전에도 몇 번 본 작품이다.

근데 이번에 다시 보니까 정말 정말 어디서 많이 본 그림체다 하고 생각이 들어서 머리를 싸매기 시작했다. (만화에 관해서는 궁금한 거 잘 못 참지. ^^;;) 그랬더니… 앗, 『암스』(세주문화사)의 그 작가~ 오호… 암스를 보면서도 스프리건과 같은 그림체였다는 걸 전혀 생각도 못 했는데…

『호라이즌』(히로유키 키쿠타 / 대원) 같은 경우는 한 페이지 넘기자 마자 느낌이 팍 온 경운데, 이 작가는 전작 ‘플라이 하이(대원)’로 인기를 끈 바 있다. 체조라는 흔하지 않은 소재를 선보이더니 이번에는 풋볼이다.

또 요즘 보고 있는 『타로』(호소노 후지히코 / 학산)의 경우에는 만화커뮤니티 게시판에서 『갤러리 페이크』(서울문화사)의 작가란 얘기를 듣고 깜딱! 한 경우고. 알고보니 이 작가는 『용서하세요』(학산), 『더 슬리퍼』(학산), 『사랑해요 배트맨!』(시공사) 등 꽤나 다작을 하는 작가였는데 작품의 분위기가 다들 달라서 쉽게 짐작을 못 했었다.

같은 작가의 작품들을 보다 보면 이전 작품과 유사한 점이라던가 차이점 같은 걸 느끼고 또 비교하면서 볼 수 있게 되어서 더 재미가 있다. 음… 국내 작품 얘기가 전혀 없는데, 사실 출판량과 내 독서량의 대부분이 일본 작품이란 걸 사실 부인할 수는 없다.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타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신용금고에 취직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그에게는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복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훈련을 하면서 휴일에는 시합을 잡아서 프로 복서로서의 생활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사람들은 흔히 영화 ‘반칙왕’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훨씬 더 발넓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타로가 정말 하고 싶은 복서를 직장생활과 병행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일본의 학력사회 풍토를 타로의 아버지를 통해 보여주며, 신용금고를 통해 일본의 경제환경에 대해서도 만만치 않게 보여준다.

프로스포츠 이면의 여러 가지 모습들은 기본이며, 라이벌 복서를 통해 저패니즈 드림을 꿈꾸는 제3세계 이민자의 비참한 삶에 대해서까지 시선을 준다. 그러면서도 스토리가 흩어지지 않고 짜임새 있게 풀어가는 모습에서, 역시 ‘갤러리 페이크’를 통해 미술이라는 만만치 않은 소재를 풀어나갔던 작가의 역량을 느낄 수 있다.

주인공은 끊임없이 주변 상황과 자기 내면에 대해 갈등에 부딪치고, 하나가 해결되었다 싶으면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기게 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한다. 다음 권 다음 권이 계속 기다리게 만드는 강력 추천작이라고나 할까.

P.S. 그래도 주인공은 주인공인지라 두 명의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고, 힘겨워하면서도 회사 업무에서도 성과를 내고, 시합에서도 이겨나가는 것을 보면… 쳇, 나는 회사 하나만 다니기도 힘들어 죽겠다구. ㅡㅡ;;


by 뗏목지기 (2002. 12. 28)


덧붙임 :  2005-04-04

호소노 후지히코는 요즘 『더블페이스』(학산문화사, 현재 5권까지)를 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도 평소에는 소심한 대금업체 직원이지만 밤에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배트맨 은 존재입니다. 이 작가는 소비자 금융 쪽에 관심이 많은 듯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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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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